덕암 칼럼, 갑진년 에피소드 "게엄령"
배명희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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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 칼럼, 갑진년 에피소드 "게엄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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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를 심리학 측면에서 보면 개인에게 반영된 사건으로부터 발생되는 여러유형의 이슈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사건이자 정보를 뜻한다. 더 나아가 헤프닝은 생각하지 못한 우연의 일이나 우발적인 사건을 말하는데 어젯밤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혼합된 사건이 터졌다.
갑진년 계엄령은 그렇게 한낱 에피소드나 헤프닝으로 끝난 역사의 오점을 남기며 대 국민 나 홀로 쿠데타는 3일 오후 10시 20분 시작 4일 오전 4시 30분까지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윤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분위기에 이번 계엄령 발표는 불에 기름을 부은 설상가상을 넘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가만히만 있어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만큼 임기는 채울텐데 어설픈 계엄령은 여당대표나 가장 가까운 측근들도 모를 만큼 너무나 비밀리(?)에 진행된 무모한 도전으로 끝났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표한 비상계엄확대조치는 한 나라를 암흑으로 만든 공포의 밤이었지만 44년이 지난 2024년 10월 3일 계엄령은 이름만 계엄일 뿐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보였다.
철저히 짜여진 군인들의 반란과 지구반대편의 동선까지 한손에 파악할 수 있는 21세기 첨단 과학의 시대에 누구의 공모도 없이 나 홀로 무리하게 추진한 계엄령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작전이었다. 임금을 상대로 역모를 꾸민 신하나 군중을 역모 또는 반란이라고 한다.
역사적 기록을 전제로 하자면 3족을 멸하거나 역모에 가담한 세력들은 샅샅이 찾아내어 국문을 벌였다. 반대로 국민을 상대로 시도한 대통령의 쿠데타는 단순한 에피소드나 헤프닝 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이제 결재해지의 숙제만 남았다. 대충 미안하다거나 얼렁뚱땅 넘어갈 수준을 넘어섰다.
대체 윤석열 대통령의 어설픈 계엄령 발표이전에 측근들은 뭐했을까. 생중계로 국회의 이모저모를 지켜본 국민들은 간밤의 계엄령에 대한 두려움이나 염려는커녕 이런 코미디가 없다며 혀를 찼다. 안 그래도 최악의 여론 속에 일말의 기대로 국가의 안녕을 지켜보던 보수층조차 망연자실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야당의 여러 가지 입법 폭거에 대한 분노도 하루아침에 가라앉았다. 여당대표이면서도 용산과 각을 세우던 한동훈 대표도 어느 날 갑자기 프랑스 잔다르크 같은 영웅으로 각인됐다. 어부지리로 손도 안대고 코픈 격인 더불어 민주당의 이재명 당 대표로 거보란 듯 국민안녕과 군경 철수를 주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발의한 안건 계엄령 1호 철회 안은 여아를 떠나 190명 참석 190석 찬성으로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볍게 통과 시켰고 국민들은 환호와 박수를 쳤다. 윤대통령 스스로 자멸의 길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이며 나 홀로 역모를 꾸미도록 주변은 뭘 했을까.
어째 190명의 국회의원이 국회본회의장에 도착하도록 계엄군은 뭐했을까. 의원들의 진입을 막은 게 아니라 길을 터준 셈이다. 그게 아니라면 계엄군의 기동성이 유사 시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다행히 국회가 국민의 편에 서서 막아냈지만 이번 대국민 쿠데타는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어쩌자고 이런 무모한 도전을 쉽게 결정했을까. 한동훈과 추경호도 몰랐고 오른팔 왼팔도 몰랐다. 계엄이란 동네 불량배가 후배들을 대상으로 엄포를 놓거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놓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한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가 잠시 들썩 거리며 공포분위기속에 우려되는 각종 사회적 변화가 일순간 싸늘해졌다.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이라 했던가. 역모에 가담하거나 움직이는 척이라도 했다면 그 대가는 어떻게 치러야 할까. 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행정권과 사법권의 일부나 전부를 가지게 된 계엄사령관에 4성 장군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계엄령 발표 이후 계엄군이 보여준 국회진입과정이나 공중파에 비춰진 장면은 거의 병정놀이에 불과했다. 그래도 출동은 한 것이고 국회진입시도과정은 있었다.
총을 쏘든 쏘지 않았든 국회상공에는 헬기가 이, 착륙을 거듭했고 국회 내부에서는 소화기를 틀거나 집기로 현관문을 봉쇄하는 등 일말의 물리적 대치도 정제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생중계 됐다. 애시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발표 내용에는 대통령 나름 명분이랍시고 내세운 내용이 있었다.
굳이 윤대통령이 말하지 않더라도 야당의 입법폭거는 국민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식과 명분을 넘어 계속된 탄핵, 국무위원은 물론 감사원장, 검찰까지 죄다 탄핵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 서서히 공분이 채워지고 있었다.
시기적으로 모든 원망이나 분노가 윤대통령을 향하고 있을 때 가만히만 있어도 야당이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굳이 그 뚜껑을 윤대통령 스스로 열어서 모든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갔을까. 이미 명태규씨가 질러놓은 불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기름으로 인해 불이 확산 중이었다.
게다가 계엄이란 광풍을 불어넣었으니 결과는 자명했다. 이번 계엄은 어설픈 대 국민 쿠데타였다. 부드러운 솜털아래 감춰진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 보인 셈이다. 야당이나 군중집회로 거리를 메우던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이만한 호재가 없는 정점에 도달했다.
대 국민 담화에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종북 세력 이라고 지칭한 세력들 입장에서는 잠시 위축되었다가 살판 난 격이 되었으며 북한의 도발과 위협으로부터 국민과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방안이라는 목적도 현실적으로 계엄령 선포의 명분으로 적절치 않았다.
6시간짜리 촌극으로 끝난 갑진년 에피소드, 이제 뒷정리만 남았다. 광란의 간밤에 일어난 일에 대해 밝은 아침 날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역사에 어떤 기록을 남을지 4일 날 결과에 전 국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차하다간 가득이나 어려운 경제, 혼돈의 정치판, 눈부신 성장을 해놓고도 행복하지 않은 국민들의 모든 원망을 뒤집어쓰고 갈 수도 있는 판이다. 명태균씨의 폭로 전에서 튄 불똥이 이제 국가 원수가 아니라 피의자로 지명되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된다면 야당의 주장대로 국정농단의 올가미를 쓰게 된다면 그때는 어쩔 것인가.
거대한 크루즈 유람선이 동력을 잃었다. 엔진이 멈춰진 것이나 진배없다. 그나마 군국 통수권자였던 위력과 국회의 야당폭거로 인해 상정된 안건에 대한 거부권도 명분을 상실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어째 이리 험난한 흔적만 남기는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은 자리는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안산인터넷뉴스 대표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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