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12년 형설지공 수능으로 매듭질까 |
모든 학생들이 오직 하나 뿐인 출세의 문을 향해 피터지게 경쟁한다면. . . |
역시 수능시험은 차가운 날씨가 상징적이다. 전국이 영하권을 맴도는 추위에 고사장 정문 마다 잘 붙지 않는 엿을 붙이느라 애쓰는 모습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진풍경이다.
간절히 기도하는 부모는 물론 신명나게 응원하는 학교 동문들의 퍼포먼스는 더욱 수능시험일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물론 다른 코스를 통해 시험 보는 수험생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12년 동안 쌓은 각자의 기량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날이다.
전 공공기관은 출근시간을 늦추고 항공기의 이, 착륙시간 까지 변경되는 사회적 배려는 수험생들에게 시험에 지장을 줄까 우려하는 이유도 있지만 시험 날 시간을 놓쳐 입장하지 못한다면 당사자에게는 감당 못할 대형사고이기 때문이다.
긴 과정에도 정해진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는 낙타무리의 행진은 시대가 변해도 한결 같이 경쟁구도로 이어져 내 자식만큼은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 들어가 편하게 살길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다 서울대나 연. 고대 가면 누가 지방대 갈 것이며 다 대기업 들어가면 누가 산업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릴까.
어쨌거나 올해는 여느 해 보다 유별난 환경이 수험생들을 더욱 긴장케 했다. 줄어드는 인구 감소의 현상을 증명하듯 전체 지원자는 49만3천433명으로 1년 전인 2020학년도보다 5만5천301명이나 줄어 역대 최소였고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자가 격리자도 응시할 수 있도록 준비한 탓에 시험실은 2019년 대비 1.5배로 늘었다.
사상 처음 마스크를 쓰고 발열체크는 물론 확진 자를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졌고 시험실 내 책상에는 감염 예방을 위한 반투명 칸막이가 설치됐다.
당초 이번 수능은 11월 19일로 예정했다가 학기 개학이 연기되면서 시험도 늦춰졌다. 수능 관리감독·방역 관련에 투입되는 인원은 총 12만708명으로 체온 상승의 증상만 있어도 별도의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살벌한 추위 속에 예상치 못했던 시험환경은 물론 코로나19가 수험생이라고 봐줄리 없는 탓에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긴장이 특별한 시험이었다.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잘 치러졌고 이제 수능 이후 12월 한 달 동안 면접과 논술시험 등 대학별 평가가 진행되며 연인원 기준 수험생 60만 여명이 수시전형에 응시할 예정이다.
특히 12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는 수도권 대학에 전국 수험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로나19의 확산이 하루 천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소식은 과연 이 고비를 넘길지 긴장과 우려가 병행된다.
학생이 한 명 대비 교직원과 시설, 직·간접 사회적 비용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10년, 20년, 30년 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말이 좋아 창의, 인성 교육이지 틀에 박힌 교육환경은 상위 1%만이 출세가도의 지름길이며 나머지 대부분이 자신이 원하는 전공 보다는 학교 브랜드에 맞추다 보니 아직도 졸업장이 사회 진출의 스펙을 대신하는 간판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시대변천은 이제 졸업장도 미래를 보장하는 약정서 역할을 못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소위 SKY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하는 비율이 높아지니 지방 잡대학 일명 지잡 대는 말해 뭐하랴.
어렵사리 구해도 정년보장 보다는 적당히 명퇴 신청 하는 게 대세고 멀쩡하던 기업도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공중분해 되거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다.
특히 전문직으로 손꼽히며 인기를 끌던 의사, 변호사, 은행원, 언론인 등 꽃길만 걷던 업종도 임대료 제때 못내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인원감축의 우선 대상종목으로 전업을 찾아야 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온라인과 사무자동화가 가져오는 발전이자 폐단의 양면이다. 이제 정보의 발달로 웬만한 준비서면과 답변서는 고객들이 더 잘 쓰는 세상이다.
은행 갈일 없이 스마트 폰으로 모든 결재를 하게 되니 다리품 팔아가며 창구까지 갈일 없고 온갖 정보가 넘치니 특정 신문을 볼일 또한 없는 것이다.
이런 시대가 올 줄 몰랐을까. 미리 대비해서 흉내 내지 못할 노하우를 갖추던가. 선진국에서 숙제없는 교육, 획일적인 방식에서 융, 복합 교육제도가 발전할 때 겨우 입학사정관제나 특목고 등 흉내 내기에 그쳤던 한국 교육현실을 누가 감히 과감하게 개혁시킬까.
나름 먹고 살던 밥그릇이고 틀에 박힌 고정관념은 교육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이만 소리만 날 뿐 참된 변화는 제자리걸음이다.
필자가 일선 학교에서 각자의 개성을 살려야 한다는 특강을 다니면서 발견하게 되는 모습은 한국 교육의 미래에 대한 암담함이다.
물고기는 물로 새는 하늘로 보내야 하며 들짐승은 땅을 밟게 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오직 하나 뿐인 출세의 문을 향해 피터지게 경쟁한다면 국가적으로 손실일 뿐더러 각자 개인적 자질향상과 삶에 대한 행복체감 강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모든 자연의 조화가 다를진대 어찌 사람을 한 줄로 세워놓고 같을 길을 강요할까. 언제까지 번지르르한 말만 번복할까.
점차 대학졸업장보다 각자의 끼와 열정이 대우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그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현실적 법안 마련이 무엇보다 우선시 개정되어야 하며 쓸데없이 구석구석 틀어박혀 교육관련 예산을 축내는 기생충들은 거침없이 솎아내야 한다. 그 돈으로 맑은 물과 푸른 하늘과 기름진 땅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경인매일 회장 덕암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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