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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 칼럼] 얼어버린 대중가요 누군가는 지켜내야
배명희 2020-12-07 추천 1 댓글 0 조회 892

 



[덕암칼럼] 얼어버린 대중가요 누군가는 지켜내야

말이 초대 가수지 질병의 감염확산 우려로 인해 

그 어떤 무대도 설 수 없었던 가수들​. . .

 

지난 5일 오후 5시 경기도 구리시 구리아트홀에서 제12회 대한민국 청소년 트로트가요제가 열렸다. 일명 프로의 길을 걷고 있는 현역 16명의 가수와 전국에서 선발된 15명의 대표주자가 열띤 경쟁을 벌이는 현장에는 3시간 동안 화려한 무대의 조명을 배경으로 열창이 이어졌다.


이미 전국에서 경합을 벌인 끝에 본선에 오기까지 참가자 각자의 기량은 나름 한목소리 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문제는 시기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공연으로 관중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대회장은 말 그대로 썰렁한 분위기에 적막감마저 맴돌았다.

공연의 3대 요소는 관객, 무대, 배우라 할 수 있는데 말이 초대 가수지 질병의 감염확산 우려로 인해 그 어떤 무대도 설 수 없었던 가수들 입장에서는 활주로 없이 격납고에 갇힌 전투기나 마찬가지였다.

어렵사리 마련된 무대에서 목청을 돋운 가수들의 목소리는 쌓였던 한을 풀어내듯 정성이 베인 가창력을 선보였고 노래가 끝나고 인사를 한 뒤 당연히 들려야 할 뜨거운 박수소리는 적막으로 대신했다.

객석이 허공에 대고 인사를 하고 아무런 화답이나 일체의 반응을 들을 수 없는 가수들의 어색함은 점차 자리를 잡았지만 대중공연의 대표적인 행사가 이정도면 지방이나 아마추어 단체나 무명 가수들은 어떤 상황일까.

코로나19가 가져온 공황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참담한 현실임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전국 각지에서 경합을 벌이는 과정도 쉽지 않았겠지만 본선에 오기까지 기다렸던 참가자들의 속 타는 마음은 질병확산의 두려움에 묻혀 표현조차 못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공연장에는 촬영을 맡은 영상 팀과 심사위원들 외 모든 입장객이 통제되는 가운데 피켓과 스미트폰 조명으로 응원을 예상했던 과거는 오래 전 과거에 불과했다.

심지어 공연장의 꽃으로 불리는 백댄서의 화려한 율동은 흰색 마스크를 쓴 탓에 호흡이 불편할 수밖에 없고 코러스를 맡아 합창을 맡았던 단원들의 목소리는 마이크에 탁한 소리로 전달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무대 뒤편의 연주자들 역시 타악기와 현악기는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연주를 이어갔고 방역의 살벌한 지침은 그 어떤 타협의 여지도 없이 적용됐다.

음악의 장르상 트로트는 대중가요의 한 장르로써 부르기 편하고 누구나 흥얼거리며 따라하거나 노래방의 단골 메뉴였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합금지 명령이 발동되어 출입이 불가하지만 국민 정서상 노래 가창은 생활 속의 스트레스 해소와 친목을 이끌어낸 공감대의 터미널이었다. 물론 빙하기를 맞이한 게 대중가요뿐일까. 모든 문화·예술과 스포츠가 얼어붙었다.

언제까지 질병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 세계적으로 인류의 생활을 움켜쥔 채 시간을 끌까.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대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단순한 노래 소리가 그치는 게 아니라 함구했던 만큼의 누적된 소리는 어디서 표출하며 그렇게 점차 굳어버린 목청과 연주자들의 악기와 댄서들의 율동은 제 기능을 잃어버릴 것이다.

수 만 명에 이르는 지방의 풀뿌리 무명 가수들의 미래는 당연히 목표를 잃을 것이고 노래방, 음향기기, 음반 등 관련 산업은 폐업의 속출로 자생의 기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모두가 하나 둘씩 포기할 때 어렵사리 행사를 추진한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무릇 어떤 일이든 긍정의 견해로 보면 안 될 일이 없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도 밉고 마누라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보고도 절한다 했던가. 너도나도 다 몸 사리고 포기하고 눈치만 본다면 한 번의 행사를 포기한 게 아니라 국민들의 흥을 포기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마치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도 빙상선수가 스케이트 날을 갈고 있듯 어려울수록 슬기와 지혜를 모아 위기를 헤쳐 나가는 용기가 병행되어야 한다.

대중가요의 선두에 선 행사 관계자들의 노력이면에는 이를 지켜보는 많은 프로가수와 아마추어 지망생들의 바람이 있다는 점과 어려운 경제와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한 시름 달래볼 국민들의 정서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온갖 국난에서도 거짓말처럼 잘 이겨낸 꿋꿋함과 기적 같은 용기가 있었다. 지금처럼 질병이 창궐하는 시국에 선봉자들이 벌벌 떨고 숨어 있다면 무너진 신명 탑은 누가 복구할 것인가. 그러한 측면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추진한 공연의 진풍경은 훗날 웃음거리가 아니라 의지의 대명사로 남게 될 것이다.

마스크를 쓴 채 춤을 춘 무희들과 합창단의 적극적인 노력 또한 대중가요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라면 전쟁이 나거나 자연재해 속에서도 명목을 잃지 않고 이어가는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제12회 대한민국 청소년트로트 가요제를 추진한 주최 측의 용기와 철저한 방역수칙은 절망속의 희망으로 남게 될 것이며 전국에서 참가한 선수들 또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2021년을 향한 새로운 도전 정신을 가다듬게 될 것이다.

이제 모든 분야가 코로나 이전과 같지 않은 상태로 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다. 새로운 시대 흐름에 적응하여 어려움에 대한 면역력과 자생력을 길러 더 강하고 빛나게 살아남아야 한다. 그 숙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후손들을 위한 당연한 의무이며 충분히 이겨낼 우리 민족의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경인매일 회장 덕암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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