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수 칼럼] 대한민국 재계의 거목 ‘故 이건희 회장’을 기리며. . . |
전 세계에 '삼성'이란 이름을 각인시킨 글로벌 시장 선도주자 이건희 회장 타계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향년 78세로 타계했다.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투병해온 지 6년 만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32년간 삼성(三星)을 사명에 걸맞게 가전과 모바일,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1위로 올리며 세 개의 별을 만들었다. 2006년 글로벌 TV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소니를 제치고 1위로 앞섰고, 미국 애플의 막강한 기세마저 꺾은 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 부문까지 ‘삼성’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채 20여개 품목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솟았다.
삼성그룹의 초석을 다진 이병철 회장에 이어 46세에 그룹을 승계한 이 회장은 혁신과 성공을 강조하며 저력을 발휘해 왔다.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어록을 남길 만큼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품질과 디자인의 가치, 인재를 중심으로 한 경영가치를 강조했다.
특히 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 회장은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 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라고 했다. 이 회장의 이러한 경영철학은 국내•외 임직원 50만 명을 거느린 삼성으로 사세를 확장하며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치는 기업으로 가시화시켰다. 이 회장은 1987년 1조원이던 삼성의 시가총액을 2012년에는 390조 원대로 성장시켜 총 자산 500조 원으로 일구어냈다. 그야말로 짧은 기간 동안 기업을 초일류로 탈바꿈해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삼성을 통해 한국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의 산업구조를 가진 기지로 변모시킨 이 회장이지만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정경유착 논란과 무노조 경영 등은 과오로 남았다. 이 회장은 삼성비자금 사전과 관련해 특검 조사 이후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008년 경영일선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선언했다. 이후 대통령의 단독 사면을 받고 2010년 경영일선에 복귀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의 재도약이 이어진다.
삼성 성공의 신화에 따르는 공과는 이제 이재용 부회장이 짊어질 시대적 사명이 되었다. 사실상 이 회장이 와병상태로 지낸 6년 동안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선대의 사업을 도맡아 추진했다.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아버지 이 회장의 업적과 과제를 이어받는다는 건 단순한 부회장으로서 전면에 나서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일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이 모든 불확실성을 해결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국내 인수합병(M&A) 최대 금액인 9조원을 투입해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2018년에는 '180조원 투자 4만 명 채용'을 목표로 AI•5G•바이오•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보고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의 비전을 발표하며 133조원을 투자를 선언했고,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QD(퀀텀닷, 양자점 물질)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을 위해 네덜란드와 베트남 등 출장업무를 이어가며 경영 과제를 발 빠르게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중요 당면과제가 있다. 그의 앞날에는 2016년부터 약 4년간 매달려온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 22일 기소되어 재판 과정을 앞두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파기환송심은 오는 26일 재판이 재개된다.
코로나 19 팬데믹과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경제 성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이때 대한민국 경제의 축을 견인하는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지각변동 속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은 세계 반도체산업을 주도하는 삼성의 행보를 늦추고 향후 몇 년간 떠안아야 할 사법적 리스크는 거액의 투자와 인수합병 추진 과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재판과정은 법리 검토를 최우선으로 삼되 합리적인 판단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삼성의 초고속 성장으로 미처 강화하지 못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의 투명성은 반드시 모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끔 정비해야 한다.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은 상생과 합리적인 경영 철학을 실천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실현되고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사 82주년이 되기까지 삼성을 있게 한 고 이건희 회장의 유익한 가치를 우리 사회가 조명하고 널리 알려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미래의 토양이 되기를 바란다. 삼가 조의(弔意)를 표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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