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파파라치와 공익제보'의 차이점 |
이대로 간다면 누구든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으며. . . 사회는 배려보다 이기적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 |
-
-
이유인 즉 마스크 안 쓰고 찾아온 고객에게 통닭을 팔았다가 마 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와 15일간 영업정지명령을 받았다는 하소연이다.
-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평소 보다 절반도 안 되는 매출로 차라리 폐업하는 게 더 낫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고자질과 일러바치기가 직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아예 대 놓고 파파라치 방법과 보상금 수령에 대한 절차를 강의해 주는 학원이 있을 정도니 더 말해 뭐하랴.
-
국민건강을 위해 정해진 마스크 착용은 당연히 해야겠기에 그 어떤 변명도 못하고 벌어도 시원찮을 판에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온다는 넋두리다. 이어 가계 문 닫으면 자신도 카메라 들고 파파라치 시장에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신고할 것이라며 분노가 가득했다.
-
어쩌다 불법에 대한 단속의 손길이나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는 현실의 대체인 파파라치 탄생의 배경은 누가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만든 근시안적 생각의 결과물이다.
-
당초 취지와는 달리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에서 비롯된 파파라치, 같은 모양인데 전혀 색깔이 다른 공익신고와 겹치면서 우리 사회는 서로 으르렁 거리며 분열과 갈등의 도가니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원래 파파라치는 정치인, 연예인 등 대중에 널리 알려진 유명 인을 대상으로 몰래 사진을 찍는 사진사를 의미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반인의 범법행위 장면을 몰래 찍어 행정기관 등에 신고 목적으로 제출하는 사진사로 변질된 것이다.
-
과거를 거슬러 보면 2001년 3월 교통위반 신고보상금제가 도입되면서부터 자동차와 파파라치의 합성어인 카파라치가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쓰레기불법투기를 신고하는 쓰파라치, 학원의 불법영업을 신고하는 학파라치, 약국의 불법사항을 신고하는 약파라치 등 법규를 위반하는 모든 분야로 확산되자 이제는 서로 눈치보고 신고하는 경계와 불신의 위험한 상황들이 빠르게 번졌다.
-
특히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 차량에 대해 암행순찰차가 등장, 외형상으로는 일반 차량과 다를 바 없으나 위반차량이 발견되면 내부에 설치된 경광등과 사이렌까지 작동되면서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
물론 이러한 단속으로 인해 사고위험이나 도로교통법의 위반차량도 줄일 수 있으나 반대로 모든 차량이 언제든 암행단속차량으로 나타날 수 있으니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변해갔다.
-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누구든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의 조장은 감히 누구도 지적하지 못하다 보니 법을 정하는 자의 결정이 곧 법이 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
약 30년 전만해도 고속도로를 주행하다보면 맞은편 방향에서 오던 차량이 상향등을 번쩍거리며 교통단속이 있음을 암시하는 신호를 전해주고 가는 차량 또한 오는 차량에게 같은 안내를 해주는 훈훈한(?)인심의 국민정서였다.
-
지금은 사거리 신호를 위반하게 되면 언제 어느 곳에서 블랙박스에 찍혀 신고될 지 모르는 살벌한 교통 환경으로 변모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파파라치가 성행하고 모든 업종에서 여차하면 신고대상이 되어 과태료가 부과되며 신고한 자는 적절한 보상금을 챙기는 사회, 소위 당한 자는 피멍이 들지만 그래도 위반자라는 처지에 누구에게 말도 못하는 상황, 과연 이 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
거미줄 같은 법망에 걸면 안 걸리는 게 없는 규제, 오죽하면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까. 필자가 취재를 하다보면 별 말도 안 되는 제보가 다 들어온다. 대부분 법대로 하다 안 되거나 이래저래 해보고 안 되면 찾아오는 자들이다.
-
물론 한쪽말만 듣고 같이 부하뇌동 하다가는 언제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서로 이간질하고 미워하며 당한 자는 분노로 또 다른 고발자가 되는 도미노 현상을 보면서 장차 이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러나 싶다.
-
물론 신고에 대한 순기능도 있지만 법을 정하기에 앞서 역기능에 대한 신중한 검토도 필요하다. 이대로 간다면 누구든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앞으로 이 사회는 배려보다는 이기적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
오래 전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을 떠나면서 조선총독 아베노부유키가 예언한 말이 새삼 상기되는 건 섬칫할만큼 정확히 적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조선의 정기를 말살했기 때문에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
그 이유는 일본이 조선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지교육을 심어 놓았다고 큰소리 쳤다. 그리고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 적중하고 있다. 대안이 있을까.
-
어떤 법이든 현실에 맞게 충분히 검토하여 신중히 정하고 이를 국민정서에 합당한지를 다시 한 번 살펴야 할 것이며 법안 제정 인들이 민초들을 염려하고 안배하는 배려가 겸비되어야 할 것이다.
안그래도 온 사방이 방범이나 주차 단속 등 감시카메라가 촘촘히 설치된 안전한 나라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감시된다면 얻는 득대신 잃은 실도 생각해 볼 일이다.
댓글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