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정의에 대한 배신감과 진실의 가치 |
배 째라는 식의 베짱은 일명 뒷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할 것 |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실려 어딜 갔지 두부처럼 잘리 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5월 그날이 다시오면, 누군가 울먹이며 제창한 노래가 조금씩 번져나갔다. 과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어제 받은 재판에 대해 국민들의 견해는 어떨까.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자신의 회고록에서 조신부를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이다.
전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올해 나이 89세, 사건당시 49세, 40년 전 있었던 일에 대해 지금까지 반성과 사죄보다는 사자의 목격을 산자가 출판물로 우기는 경우였다. 법의 심판은 냉철했지만 국민들의 견해는 어이상실의 태도가 지배적이다.
그나마 재판부에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고 명예훼손의 고의성도 있었다고 인정한 만큼 전 씨의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그러하다면 고령의 전 씨에게 집행유예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며 당사자에게 과연 벌이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더욱이 재판도중에서 졸고 있었다는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자면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핵심내용을 보면 2017년 전 씨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사람의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물론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결론은 집행유예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결과적으로는 자유의 몸이 됐다. 판결대로라면 전 씨는 자신의 죄에 대해 거짓말로 고인을 욕되게 한 것이다.
좀 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하자면 국민을 지키라고 모아준 세금으로 국민을 향해 총질을 했는데 이를 보고 봤다고 말한 사람이 사망하자 거짓말이라며 대 놓고 욕한 것이다.
아무리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헬기 사격을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닐진대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도 될까 말까한 상황에서 그것도 변명이라고 둘러대는지 대략난감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납득 못할 일이다.
이미 40년 전의 일이다. 광주법원에 출석하는 전씨의 주변상황은 현직 대통령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철통같은 경비, 여전히 행해지는 경호원들의 움직임은 아직 전 씨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하겠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기반을 잘 다져놨겠지만 40년 동안 잘 버티는 게 가능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조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누굴까. 어떻게 엮여서 발목을 잡혔길래 지금까지 건재가 가능할까.
사람이 살다보면 부득이하게 정황상 피할 수 없는 죄를 지을 수 있다. 인정하고 반성하면 될 일을 아니라 우기고 자신의 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경우야 말로 죄인이라는 사람의 말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자신이 한 말에 고스란히 자신이 해당되는 것으로 소위 지 무덤 지가 팠다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권력을 위해 총질을 한 사람이나 당한 사람이나 모두 같은 나라 국민이었다. 그러라고 세금모아 총과 헬기를 사준 것은 아님에도 지금까지 배 째라는 식의 베짱은 일명 뒷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할 것이다.
지금 와서 전 씨 한사람 족치고 낙인찍는다고 달라질게 뭐가 있을까. 쏘란 인간이나 쏘라고 쏘는 인간이나 한 둘 도 아니고 수백수천명의 군사들이 직, 간접적으로 동원 되었을 텐데 지금까지 전 씨 한사람만 대표적 타킷이 되어왔다.
전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해자들은 죄가 없을까 총질칼질은 전 씨가 직접한 것이 아님에 누군가는 뻔뻔스럽게 하늘에 부끄럼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것이다. 군인은 오직 명령에 복종할 뿐이라는 자위를 하며 수 십 년 동안 진정어린 자수나 자책의 괴로움도 없이 광주의 그날을 잊고 살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차이란 이런 것이다. 전 씨가 정권을 내려놓고 수 십 년 동안 탄탄하게 버티는 동안 피해자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의 단죄라면 역사적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지금까지 지나온 과거는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 같은 경우가 생기면 국민의 생명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중시하는 판단을 내리는 전례가 될 것이기에 당사자는 물론 그 권력의 혜택을 보며 숨어있는 자들까지 명확한 단죄가 필요한 것이다.
독일이나 일본도 전범국으로서 대가를 치렀고 역사적으로 조선시대에서도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권력이 이동하면 사자의 무덤도 파헤친다는 부관참시까지 행해진 벌의 가치는 재발방지와 죄에는 반드시 벌이 따른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것의 목적이다.
지금처럼 40년 동안 무탈하게 늙어가는 전 씨를 보며 과연 이 땅에 진실이 살아 있을까 싶다. 문득 오늘 윤미향 국회의원의 검찰조사에 대한 태도를 보며 유사한 공감대를 느끼는 건 왜일까. 그의 대답대로라면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6개 혐의 8개 죄명에 대해 자신은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어야 한다.
지금처럼 단죄의 가치가 추락하고 역사적 범죄가 청산되지 못하고 대충 넘어간다면 이 땅에 살아 있는 자체가 수치스럽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후손들에게 뭐라 설명해야할지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경인매일 회장 덕암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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