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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칼럼] 교회가 마을 공동체에 참여하려면
배명희 2018-03-10 추천 1 댓글 0 조회 1437

 



[정재영 칼럼] 교회가 마을 공동체에 참여하려면​

 

한국교회 신뢰회복,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역에 대한 공적인 역할을 수행​"

 

최근 한국 교계에서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질 성격상 모든 교회는 지역교회이고 전래 초기에 이 땅의 교회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그래서 교회 이름은 지역 이름에 숫자를 붙여서 신의주 1교회, 2교회, 3교회 식으로 만들어졌다. 교회의 존재 이유가 바로 지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는 지역을 넘어 온 나라, 그리고 전 세계를 품게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게 되었다. 더 넓은 세상을 품게 되면서 정작 교회가 터하고 있는 지역을 소홀히 여기게 되는 모순을 낳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지역교회라는 말은 명목상의 의미일 뿐 실제적인 의미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미션얼 처치(missional church)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 선교가 꼭 해외에 나가서 해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에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션얼 처치는 선교를 교회의 본질로 이해하며, 교회 자체가 이미 세상에 보냄 받은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이고 따라서 교회의 모든 사역과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선교를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교는 단순히 복음전도 차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 수준에서는 전인격을 통하여 성경의 가르침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신앙을 개인의 사사로운 영역을 넘어서 공공의 수준에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의 영역인 마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사회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이 활성화 되면서 마을 공동체 복원과 관련된 활동이 늘어났고, 지역사회의 주체인 교회가 여기에 동참할 필요가 생긴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마을 만들기 운동은 일종의 주민자치운동으로 여기서 ‘마을’이란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것임을 자각할 수 있고 공동으로 이용하며 활용할 수 있는 장을 총칭한다. 그리고 ‘마을 만들기’란 그 공동의 장을 시민이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말한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 운동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시민의식은 기독교 정신과도 통하는 것이며,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기독교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주요 교단이 올해의 주제를 ‘마을 목회’로 정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을에 관심을 갖는 교회들이 많아졌다.
 

교회에 대한 우려


이와 같이 마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일면 환영할 일이다. 사회에서 공신력을 잃어버린 교회가 무엇보다도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참된 종교로서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역 활동가들은 마을에 대한 교회의 관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교회에게 마을은 그동안 전도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고, 이러한 관점에서 마을은 교세를 확장하기 위한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을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전도의 수단이자 방편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설령 교회가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오랫동안 마을을 위해 애써온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그리 탐탁치 않아 보일 수 있다. 교회는 많은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자원을 동원하여 교회가 몰려오면 오히려 기존의 질서를 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 활동가들은 교회가 마을 생태계를 교란시킬까 우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도 들리고 있다.

그동안 교회의 지역 활동은 도덕적 우월감 위에서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강하였다.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비대칭적 관계에서 수혜자를 대상화해온 것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지속성이 없이 일회성으로 끝나 전시성이 강하고, 대형 교회들 중심으로 과시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 사회봉사는 단순한 시혜 행위도 아니고 복음전도의 수단이 아니라 진정한 이웃사랑의 실천이고,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한국 교회는 이 부분에서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시민 사회에서는 교회의 지역사회 참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물론 선교적 차원에서 영혼 구원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를 이원론적으로 이해하고 사회봉사나 사회 참여 활동을 오로지 복음화에 부속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교회의 활동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이제는 이원론식의 패러다임에서 공동체에 대한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교회 역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교회가 지역을 공동체화 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지역공동체 운동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고 그 활동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공동체라는 관점에서는 특정인이 우월한 위치를 점하지 않고, 주종의 관계를 이루지 않는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교회 역시도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다른 구성원들을 존중하며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교회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서 오랫동안 이 일에 종사해 온 사람들을 존중하며 이들과 협력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지역 주민들 중에는 교회에서 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전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 운동을 하는 목회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수개월 동안 교회와 목회자를 눈여겨본다고 말한다. 전도를 위해 하는 것인지 지역사회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지켜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하면 차차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전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주민들을 단순히 전도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 관심을 가지고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며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 운동의 지속가능성 역시 중요하다. 교회를 개척해서 2, 3년 유지하기 어려운 것만큼이나 지역공동체 운동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운동을 전도의 유용한 방법으로 여기고 시작했다가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만 두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진정성을 갖고 이러한 활동을 장기간 지속하게 될 때 결국 그 진심이 전달되고 교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전도의 문도 열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공동체 운동을 당장의 교회 부흥의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여기고 이 운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이슈 자체를 공익성이 있는 주제를 가지고 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 단기간의 이익보다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이슈를 선정해야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한 것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지역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역에 대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한국 교회들이 산발적으로 시행해 온 사회봉사 활동은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풀뿌리로부터 모든 교인들이 기독 시민임을 자각하고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다른 교회나 시민 단체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역 사회가 기독교의 가치를 지향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교회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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