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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주년 소방의 날" [덕암 칼럼]
배명희 2020-11-09 추천 1 댓글 0 조회 764

 



[덕암 칼럼] "제 58주년 소방의 날"

평소 그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국민이 되자.​ ​ 



110 정부 민원 안내 콜센터, 111 국정원 간첩신고, 112 경찰 범죄 신고, 113 경찰 간첩 신고, 114 전화번호 안내, 115 전보 축전, 116 세계시간 안내, 117 학교 폭력근절, 118 사이버 테러, 119 화재 신고, 110에서 119로 끝나는 숫자 공부를 해본다.


11월과 끝자리 9인 119는 매년 11월 9일을 ‘소방의 날’로 정하게 된 아라비아 숫자다. 오늘은 제58회 소방의 날이다. 소방하면 어떤 인식이 각인되어 있을까. 불 끄는 일 외에 온갖 잡일에 오라면 와야 하는 소방관, 조금만 늦어도 민원의 대상이 되고 아무리 잘해도 못한 것만 부각되는 업무라면 맞는 말이다.

적어도 화재 현장에 100회 이상 같이 연기를 마시며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해본 장본인으로서 지켜본 그들의 면면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취재 일선이 언론인으로서 객관성을 갖춘 견해라 여기기에 소방의 날을 맞이하여 국민들의 공감대를 구하고자 한다.

필자가 주로 다녀본 현장은 현대판 화약고라 불리는 반월·시화공단이었으며 더러 집합 건물이나 아파트 등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이다. 일명 산림훼손이 심한 자연발화나 해양 화재보다는 도심 주변의 발화원인이 산적한 곳에서 발생하는 화재 현장인데 초기진화의 중요성 또한 필수적임을 전제한다.

불이란 연소할 수 있는 소재, 불이 시작될 수 있는 착화점, 그리고 산소가 있어야 가능한데 문제는 때와 장소, 상황과 무관하게 물리적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종이를 태우듯 돈도 태울 수 있고 가축을 해하듯 사람의 생명도 해할 수 있는 불, 초기 진화는 소화기나 간단한 응급조치만으로 가능하지만 일단 시기를 놓치고 대형화재로 번졌을 경우 그 결과는 참혹하다.

수십 미터 앞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고 소재에 따라 발생되는 유독가스는 몇 번만 마셔도 후유증이 오래간다. 약 10년 전 안산시 월피동 모 상가에 취재 중 마셨던 연기는 일주일이 넘도록 폐에서 그름 냄새가 가시지 않은 적도 있었는데 덕분에 인접 촬영 제지를 받기도 했다.

집어삼킬 듯 타오르는 불꽃 앞에 가장 가까이서 소화기 호스를 잡은 소방관의 마음은 시커먼 연기 속에 가스통이나 또 다른 폭발물이 대기하고 있을지 모르는 불안감이 연속된다. 만약 이 광경을 지켜보는 소방관의 부모님이라면 어떤 심경일까.

아내는 어떤 마음이며 자식들은 어떤 마음일까. 우리는 당연히 여겼던 일들이 누구에게는 안타까움이다. 물론 업무 분야에 따라 내근직도 있고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현장 출동에 나선 소방관들은 자신들이 아니면 그다음 대안이 없다는 게 커다란 부담이다.

아무리 대형화재라도 자신들의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 하므로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완전하게 진화 해야만 종지부가 지어지는 불은 다 끈 것 같아도 미친 척하며 작은 불씨만 있으면 다시 재현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몇 시간 씩 번지며 잡히지 않을 경우 밥도 못 먹고 시커멓게 그으려 진 모습으로 보도블록 위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모습도 보았다. 가끔 밥도 술도 같이했던 소방관의 전언에 따르면 박봉에 남들처럼 넉넉한 쇼핑이나 여행도 못 하는 처지라며 나름의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고급 승용차나 넓은 아파트를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출근하면 현장의 불을 끄고 퇴근하면 마음의 불을 꺼야 한다고 말한다. 뿐일까 언제부터 119가 심부름센터가 되었을까. 심지어 취객의 이동까지 도맡아 손찌검 당하는 것은 예사고 일단 부르고 보자는 진상 국민으로 인해 정작 급하게 가야 할 곳은 못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민이 세금 걷어 운영하는 국가 부서이므로 혜택 또한 국민이 모두 위급수위에 따라 공평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함에도 일부 지각없는 자들로 인해 이쑤시개로 해결할 일에 몽둥이를 쓰게 된다. 오래전 겨울밤, 교통사고로 아스팔트에 쓰러진 피해자의 사체를 수 십대의 차량이 지나친 현장이 있었다.

참혹한 현장에 출동해 정리하는 소방관의 표정을 취재하는 과정에 내 자식은 소방관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발동했다.

24시간 119만 누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소방차, 고층 아파트에서 예고 없이 투신한 피해자에 에어 바운드 설치가 늦어 사망한 사례는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으로 축구 경기를 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경우였다.

물론 언론에는 대처 미흡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평소 고생한 보람은 없어졌다. 소방관 입문은 시험을 치러 국가가 임용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국민의 몫이다.

첫째 각자가 할 수 있는 상황까지 덮어놓고 119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 초기진화는 전 국민이 소방관이 되고도 남음이 있는 초동조치다. 다음 소방차나 119구급차가 현장에 제때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소방의 날 하루만 표창주고 알아줄 게 아니라 평소 그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국민이 되자.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만 서비스 제공자는 고객의 취향에 맞출 수밖에 없다. 싱거운 맛을 원하면 조리사가 소금을 줄이듯 위험 직종 소방관이 보다 긍지를 갖고 자신 있게 현장에 나서려면 국민들의 응원과 배려가 동반되어야 하며 앞서 언급했듯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날 더 뜨거운 불길을 잡은 이들에게 더 뜨거운 박수라도 쳐 준적이 있던가.

 


경인매일 회장 덕암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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